☀️18°C10월 11일

시민체육관 이용료 또 올라… “서민 운동권 위축 우려”

배드민턴 코트 시간당 8천원→1만원… 시민들 “부담 커져”

용궁포시민체육관이 다음 달부터 이용료를 25% 올린다고 발표했다. 시설 운영비 상승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민들은 “서민들이 운동하기 어려워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상된 이용료

  • 배드민턴: 8천원 → 1만원 (시간당)
  • 탁구: 3천원 → 4천원 (시간당)
  • 헬스장: 월 3만원 → 4만원
  • 수영장: 월 5만원 → 6만5천원

구별 반응 차이 뚜렷

서봉구 항만 노동자들 타격

서봉구 항만에서 일하는 김정수(58) 씨는 “한 달이면 20만원 넘게 나온다”며 “연금 생활자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새벽 5시부터 배를 타고 나가는 그는 저녁에 배드민턴으로 피로를 푸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같은 서봉구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최바다(52) 씨도 “몸이 아픈 아내가 수영으로 재활하고 있는데 6만5천원은 너무 부담”이라며 걱정했다.

동산구 공장 직장인들도 부담

동산구 사성전자에서 근무하는 박건강(42) 씨는 “야간 근무 끝나고 새벽에 수영하는데 아이들 학원비도 부족한데 운동비까지 올리면 포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바다전자 직원 이영수(39) 씨도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탁구 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였는데 부담이 커졌다”며 아쉬워했다.

남항구 외국인 노동자들도 타격

남항구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하산(28) 씨는 “친구들과 함께 축구하고 헬스장 가는 것이 한국 생활의 즐거움이었는데 돈이 부담돼서 못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남항구에는 2만8천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살고 있어 이용료 인상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즈베크 출신 알리(32) 씨는 “고향에 돈도 보내야 하는데 운동비가 오르면 힘들다”고 말했다.

송림구·청파구는 상대적 여유

반면 송림구에 사는 서울 출신 김여유(35) 씨는 “1만원 정도는 감당할 만하다”며 “시설이 좋아지면 더 내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파구 신축 아파트에 사는 이부자(41) 씨도 “사설 스포츠센터보다 훨씬 싸다”며 “시설 현대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운동 문화 위축 우려

금정구 대학생들 타격

해동대학교 학생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체육교육과 학생 박민준(22) 씨는 “등록금도 부담인데 체육관 이용료까지 오르면 운동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원룸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시민체육관이 유일한 운동 공간이다. 기숙사에 사는 이지안(20) 씨는 “학교 체육관은 늘 만석이라 시민체육관을 이용했는데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용왕대구 전통 마을 어르신들

600년 역사의 해녀 마을인 용왕대구에서는 고령 주민들의 건강관리 문제가 대두됐다.

김순자(67) 할머니는 “물질하다 다친 어깨 재활 때문에 수영을 하는데 6만5천원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안 시설 부족 심각

민간 시설은 더 비싸

첨성구와 신도구 같은 신개발 지역에는 민간 체육시설이 늘고 있지만 이용료가 더 비싸다. 첨성구 한 헬스장은 월 8만원, 수영장은 월 12만원을 받고 있다.

태종만구 프리미엄 스포츠센터는 월 15만원으로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외곽 지역 접근성 문제

북천구와 해월구 같은 외곽 지역 주민들은 시민체육관까지 오는 교통비도 부담이다.

북천구 어촌마을에 사는 박영철(71) 할아버지는 “버스비까지 합하면 운동 한 번에 2만원 가까이 든다”며 “집 근처에서 걷기 운동만 해야겠다”고 말했다.

시설 현대화 vs 접근성 논란

시는 “인건비와 전기료 상승으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체육시설과 관계자는 “청파구, 송림구 주민들이 시설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현대화 비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에서 보조해야 할 공공시설을 왜 시민 부담으로 돌리느냐”며 “부유층만 운동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용궁포노동조합연합 관계자는 “서봉구, 동산구 제조업 노동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공공체육시설이 중요한데 이용료 인상은 노동자 건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 대응

용궁포환경보전회는 “건강한 시민이 건강한 환경을 만든다”며 “공공체육시설 접근성 보장”을 요구했다.

해동대 체육학과 학생회는 “대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 확충”을 시에 건의했다.

시민참여센터는 “구별 소득 격차를 고려한 차등 요금제나 바우처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향후 계획

체육과는 “저소득층 할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시의회 교육체육위원회는 다음 달 현장 조사를 실시해 “구별 특성을 고려한 체육시설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전통 어촌마을부터 현대적 신도시까지 다양한 용궁포 시민들이 모두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공공성을 고려한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